2년 전 3217 스탠다드 바이폴드 지갑으로 헤비츠를 처음 접했읍니다.

예전에 쓰던 지갑은 알록달록한 프린팅으로 유명한 해외 브랜드 지갑이었는데

오래 쓰다 보니 프린팅이 닳고 헤져 볼품없이 변해버리더군요 ㅠ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니만큼, 함께 지낸 세월에 따라 무르익어 가는 그런 지갑을 원했던 제게

헤비츠는 정답을 알려 주었읍니다.

처음에는 관리하는 데 손도 많이 가고 귀찮기도 했지만

날것 그대로의 가죽을 보고 있자니 그대로 둘 수 없어 열심히 손질했읍니다.

한 달 정도 빡세게 관리해 줬더니 몰라보게 달라지더군요.

건조해 보이던 표면이 마치 잘 닦인 구두처럼 윤기가 돌고, 뻣뻣하던 지갑이 부드러워졌읍니다.

손톱자국이나 가벼운 스크래치 정도는 그냥 손으로 슬슬 문지르면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없어졌고,

자잘하게 생긴 상처들도 오히려 앤틱한 맛을 더하더군요.

다만 한 가지 제가 실수한 게 있었는데,

일본여행을 자주 가는 제게 스몰빌 지갑은 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능한 한 크기를 줄이고 싶어 스몰빌을 택했는데, 일만엔권이 오만원권보다도 폭이 넓어서 지갑 밖으로 3미리 정도 튀어나오더군요...

지난 달 3년만에 일본에 가서야 그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지요. 결국 엔화는 따로 봉투에 넣어 다녀야 했읍니다...

3217 구입 당시 당시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못 가고 있었던지라 수중에 엔화가 없었던 저의 실책이지요 ㅠㅠ

그래서 슬림하면서도 큰 지폐를 수납 가능한 지갑을 찾게 되었읍니다.

헤비츠의 풀그레인 가죽 맛을 보고 난 뒤라 애초에 헤비츠 외에는 생각조차 않았지만, 아시다시피 헤비츠 지갑만 해도 매력적인 제품들이 워낙 많아서 한참을 고민했읍니다.

기존 3217도 손에 익은 녀석이라 계속 아끼며 쓸 예정이니, TPO에 따라 교차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지갑을 찾던 차에, 3312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성품 브랜드 지갑처럼 얇으면서도 수납공간은 의외로 충실하고, 원래의 목적이었던 엔화를 수납 가능할 정도의 폭이라서, 이번 달 일본 여행에는 저걸 들고 가야겠다 싶었읍니다.

다만, 선택 가능한 색상이 3종 뿐이고, 기본 색감이 진한 편이라 에이징을 하며 농익어 가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은 점이 아쉬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뒤늦게 질렀는데, 출국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소식이 없어 이러다가 지갑 못 받고 출국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제때 도착했네요.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옛 성현들의 고사는 역시 옳았읍니다.

박스를 개봉해 보니 기대 이상입니다.

얇지만 빳빳하게 날이 서 있고, 색상도 마음에 드네요. 이건 이것대로 에이징을 했을 때 어떤 느낌이 될 지 흥미진진해지네요.

수납공간을 희생한 싱글빌 타입이라지만 의외로 많이 들어갑니다. 마침 수중에 엔화가 40장이 있어 꼽아 봤는데 다 넣고도 문제 없읍니다.

통상의 바이폴드 지갑이라면 지갑이 많이 뚠뚠해져서 잘 안 닫혔겠지요. 이런 부분에선 오히려 장지갑이 낫네요.

다만 카드 수납공간은 신용카드나 신분증이 빡빡하게 들어가는 사이즈입니다. 길들이기가 되고 나면 좀 부드러워지려나요.

여러 장의 명함을 수납해야 하는 분들과는 안 맞을 수 있읍니다.

좌우지간 출국까지 3일밖에 안 남았으니 언능 손질부터 해야겠네요.

함께 배송된 이어폰케이스(라 쓰고 동전지갑이라 읽는)랑 사은품들이랑 같이 레더발삼부터 먹여 둡니다.

이쁘게 에이징해서 또다른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잘 가꿔 볼 생각입니다.